셀렉 부탁드린 지 2주가 지났습니다
고객이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재촉하지 않고 받아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촬영은 끝났습니다. 원본을 정리해서 구글 드라이브에 올렸고, 링크도 보냈습니다. 그런데 답이 없습니다.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납니다. 보정을 시작할 수가 없습니다.
한 번 더 물어보기가 애매합니다. 재촉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결혼식 사진은 기분 좋게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마지막에 와서 제가 독촉하는 사람이 되는 게 싫습니다.
고객은 게으른 게 아닙니다
고객 입장에서 그 링크를 열면 무엇이 보이는지 생각해보세요. 800장짜리 폴더입니다. IMG_2841.JPG, IMG_2842.JPG가 격자로 늘어서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고, 골랐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알려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고객이 받은 건 사진이 아니라 숙제입니다. 숙제는 누구나 미룹니다.
그러다 겨우 열어서, 마음에 드는 걸 메모장에 적어가며 봅니다. 그리고 밤 열한 시에 카톡으로 보냅니다. "IMG_2847, 2851, 2863이요." 사흘 뒤 새벽에 "아 2871도요"가 옵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세요
도구를 바꾸기 전에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 순서대로 적습니다.
- 장수와 예상 시간을 같이 알려주세요. "사진 골라주세요"보다 "180장이고 5분쯤 걸려요"가 훨씬 빨리 열립니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을 사람은 미룹니다
- 기한을 촬영 후 일주일 안쪽으로 주세요. 길게 주면 더 미룹니다.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면 시작을 안 합니다
- 보내기 전에 추려주세요. 흔들린 컷, 눈 감은 컷이 섞여 있으면 고객은 "작가님이 안 보고 보냈나" 하고 생각합니다. 800장을 300장으로 줄이면 고르는 시간이 줄 뿐 아니라 판단도 쉬워집니다
- "나눠서 보셔도 된다"고 미리 말해주세요. 한 번에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시작 자체를 미룹니다
- 신랑·신부가 시간을 맞추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세요. 둘이 같이 앉을 시간을 잡느라 며칠이 갑니다
근본은 고객이 여는 자리입니다
위의 것들은 증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원인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게 폴더뿐이라는 데 있습니다. 파일 목록에는 고르는 방법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고객이 메모장을 켜고, 파일명을 적고, 카톡으로 보내는 우회로를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스냅LAB은 폴더 대신 갤러리 링크를 보냅니다. 고객은 가입 없이 열어서 좌우로 밀기만 하면 되고, 하고 싶은 말은 사진 위에 바로 적습니다. 작가님께는 고른 사진의 원본만 폴더로 모입니다.